거미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- 김수영 -


내가 으스러지게

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

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.

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

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.

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

입을 맞추었기 때문에

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

몸이 까맣게 타버렸다.


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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